패션 뷰티 이야기

114만원짜리가 1187만원으로…헌 운동화 에서 돈 냄새가 난다

피어팩토리 2021. 10. 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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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Global Window - 시장 규모 11조원… 리셀 열풍

브랜드 희귀 한정판 투자 봇물

2030 35조원 규모 성장 예상

단순한 투자 아닌 정체성 표현

“아이콘택트보다 슈콘택트

내 가치관과 닿아있어야 사

이야기·라이프스타일 소유”




2009년쯤 공항 면세점에서 한 운동화를 사고 싶었는데 960달러(약 114만 원)였어요. 너무 비싸고 짐도 많아 안 사기로 했죠. 10년이 넘은 지금 그 신발이 온라인에서 1만 달러(1187만 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평생 가장 후회한 결정이었습니다.”

지난달 27일 한국에 검수센터를 오픈하고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의 운동화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StockX)의 유럽 수석 이사로 있는 데릭 모리슨이 놓친 이 운동화는 루이비통과 힙합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가 합작해 만든 것으로, 운동화와 하이패션의 융합을 대표하며 운동화 역사상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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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운동화에 역사·문화적 의미를 부여하고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액수가 오고 가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신발 마니아만의 일이 아니다. CNN 등에 따르면 경매업체 크리스티의 케이틀린 도너번은 “최근 5년 동안 희귀 신발에 큰돈을 쓰는 수집가(일명 ‘스니커헤드’·Sneakerhead)의 대폭발이 있었다”면서 “농구 코트에서 시작해 유명 패션 아이콘과 힙합 가수의 발에서 역사를 만들어온 운동화가 주류 대중문화와 패션사에 확고히 자리 잡았다”고 평했다.

운동화 리셀 시장은 꾸준히 커져 현재 100억 달러(118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모리슨은 “2030년까지 300억 달러(356000억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며 “점점 더 많은 스니커헤드가 운동화를 전시하거나 일정 기간 보유한 뒤 다시 판매할 목적으로 희귀한 한정판 아이템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이콘택트보다 슈콘택트…운동화는 정체성의 표현”= 그렇다면 운동화는 단순한 재테크 대상일까. 스니커헤드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약 500켤레의 운동화를 갖고 있는 앤 자코베는 “운동화를 처음 봤을 때 그 신발이 갖고 있는 이야기, 그리고 그게 나의 가치관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필리핀인인 그녀가 가장 아끼는 운동화는 현재 104세인 필리핀의 유명 타투이스트 황 오드와 아식스가 협업한 것이다. 모리슨은 “운동화를 단순히 투자로 취급하는 스니커헤드도 있지만, 많은 경우 그렇지 않다. 그들은 운동화가 갖고 있는 특유의 이야기와 그 뒤에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소유하길 원한다. 운동화는 브랜드, 사람, 문화적 순간과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최근 ‘패션 앤 텍스타일’(Fashion and textiles) 저널에 게재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니커헤드에게 운동화는 곧 자기 자신이며 정체성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의 델리시아 매슈스 조교수는 보고서에서 “특히 1970~1980년대 미국에서 유소년기를 보낸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의 경우 운동화를 정체성의 표현으로 여긴다”고 밝혔는데, 그가 인터뷰한 12명의 미국 남성은 하나같이 1985년 나이키 에어조던 출시를 ‘역사적 사건’으로 꼽았다. 전설적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 에어조던을 신고 나오자 모든 남성이 그의 상징을 공유하기 위해 에어조던을 갖고 싶어 했다는 것. 조던이 1985년 직접 신었던 에어조던1은 지난해 경매에서 615000달러(7억 원)에 팔렸다.

매슈스 조교수는 또 가장 놀라운 스니커헤드의 특징으로 그들만의 ‘공동체 의식’을 꼽았는데 그가 인터뷰한 한 남성은 “우리에겐 ‘아이콘택트’보다 ‘슈콘택트’(Shoe contact)가 우선”이라며 “새로운 사람을 볼 때 어떤 신발을 신고 있는지를 먼저 본다. 그럼 그가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인지 바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어글리’ 운동화, ‘비건’ 운동화…변화 추구하는 스니커헤드 = 스니커헤드들은 귀하고 의미 있는 운동화를 찾아다니지만 최근 일부는 스스로를 차별화하기 위해 ‘괴상한’ 운동화를 찾고 있다. 이상한 밑창 모양에 화려한 색채 배합 등 특이하고 괴상한 운동화는 ‘어글리(Ugly) 슈즈’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까지 나이키 운동화만 수집해왔다는 미 캔자스주의 스니커헤드 라시다 로저스는 “모두가 입는 옷, 모두가 신는 신발은 이제 싫다”고 말했다. 어글리 슈즈의 인기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더욱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무실의 엄격함에서 벗어난 직장인이 자유롭게 신발을 선택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이 같은 추세를 가속화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기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건’(채식) 운동화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운동화 소재와 접착제, 염색제 모두에 동물성 성분이 포함돼 있지 않은 비건 운동화 삼바와 컨티넨털 80을 선보였고 나이키는 파인애플 잎을 활용한 비건 가죽으로 만든 운동화를 내놨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도 밀, 옥수수 등을 사용해 만든 비건 운동화를 출시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매년 3억 켤레의 신발이 버려지고 있으며, 신발이 분해되는 데에는 평균 30~40년이 걸린다. 패션잡지 보그는 “비건 운동화가 속속 출시되며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는 있지만 소비자가 이를 완전히 수용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지속 가능한 운동화가 시장에 완전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패션업계의 더 큰 노력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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